[세설] SOC 투자가 복지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SOC 투자 축소를 통한 복지 향상이라는 통념이 사회에 팽배해 있다. 정부도 2012년도 SOC 분야 예산을 2011년보다 7.3% 감소한 22조6000억원으로 편성했다. 반면에 교육을 포함하는 보편적 복지 분야 예산은 137조1000억원으로 15.7% 증가했다. 그런데 SOC 투자 축소로 국민의 복지가 실현될 것인가. ‘사회간접자본’인 SOC는 생산 활동에 직접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을 말한다. 이러한 시설을 만들기 위해 토목공학(Civil Engineering)이 필요하다. ‘Civil Engineering’은 ‘시민(Civil)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공학(Engineering)’이라는 뜻이다. 복지(Well-fare)는 시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시민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 행해지는 토목공학은 결국 복지와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SOC 투자 확대’가 복지와 상반되고, 나아가 특정집단과 소수 부동산업자의 배만 불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SOC 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SOC 예산은 행정기관의 전시성 사업 목적이 아닌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 집행돼야 한다. 도로·철도·항만·공항 건설이 물류비 절감을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신규 도로와 철도 건설을 통해 해당 지역의 교통여건이 향상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반시민보다는 특정 지역과 계층이 혜택을 입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앞으로는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적으로 더 관심이 요구되는 서민들의 관점에서 SOC 시설의 건설·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수질 개선과 생태하천 같은 시민의 보건 및 주거환경 향상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SOC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복원된 청계천은 서울 시민의 휴식처이자 서울시의 상징이 되었다.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는 재난 관련 SOC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올해 여름 이상기후로 한반도 지역에 자주 비가 오고 서울지역에서는 게릴라성 폭우에 의한 도심 홍수로 많은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선진국도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자연재해 발생 때 가장 심하게 고통을 당하는 계층은 사회적 약자인 노인과 가난한 서민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재해재난 예방시설 보강 등을 위한 SOC 투자를 통해 취약계층을 국가가 돌봐야 한다. 이것이 복지다. 우리는 SOC 투자와 복지를 별개로 보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또한 사회가 단지 취약계층에 무상으로 무엇을 제공해야 한다는 좁은 개념의 복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가 제대로 된 복지 개념을 정립하고 SOC 투자가 적절히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복지실현을 위한 최적의 수단이라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